회의록 작성에 주 3시간 쓰다가 AI 도구로 갈아탄 후기

4 min read0 viewsBy Colemear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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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록 작성에 주 3시간 쓰다가 AI 도구로 갈아탄 후기

작년 여름, 나는 매주 약 12시간의 회의에 참여했고, 그중 3시간을 회의록 작성에 쓰고 있었다. 디자이너 출신 PM으로서 시각적 정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는 회의 중 스케치하고, 끝나면 노션에 깔끔하게 옮기는 걸 '제대로 된 일'이라고 믿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았다.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에, 나는 다음 제품 기능을 고민할 수도 있었다는 걸.

AI 회의록 도구를 찾기 시작했다. 시장엔 수십 개의 옵션이 있었지만, 실제로 PM 워크플로우에 녹아들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Otter.ai와 Fireflies.ai. 6개월간 두 도구를 번갈아 쓰면서 각각 60개 이상의 회의를 기록했다. 이제 결론을 말할 시간이다.

Otter vs Fireflies: 숫자로 보는 실전 비교

먼저 냉정한 데이터부터. 내가 추적한 지표는 세 가지였다: 전사 정확도, 한국어-영어 혼용 처리, 그리고 요약 품질.

전사(Transcription) 정확도

  • Otter: 약 89% (내부 테스트 기준)
  • Fireflies: 약 85%

두 도구 모두 영어 원어민 회의에선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문제는 우리 같은 한국 스타트업 환경. "이번 스프린트에서 onboarding flow를 개선해야 해"같은 문장에서 Otter가 조금 더 나았다. Fireflies는 'onboarding'을 'on boarding'으로 쪼개거나, 문맥을 놓치는 경우가 잦았다.

요약 기능의 차이

Otter의 'AI Automated Summary'는 회의 직후 3가지를 제공한다:

  1. 핵심 주제 (Key topics)
  2. 액션 아이템
  3. 주요 인사이트

Fireflies의 'Super Summaries'는 더 구조화되어 있다:

  1. Overview
  2. Action Items
  3. Outline (타임스탬프 기반)
  4. Keywords

실전에서 느낀 차이: Otter는 '대화의 흐름'을 잡는 데 강했고, Fireflies는 '구조화된 정보 추출'에 강했다. PM으로서 제품 회의를 정리할 땐 Otter가, 스프린트 플래닝처럼 명확한 액션 아이템이 중요한 회의엔 Fireflies가 더 유용했다.

Otter를 메인으로 선택한 3가지 이유

6개월의 A/B 테스트 끝에 나는 Otter를 메인 도구로 선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세 가지였다.

1. 실시간 협업 기능

Otter는 회의 중 다른 참여자가 실시간으로 전사 내용에 댓글을 달거나, 중요 부분을 하이라이트할 수 있다. 디자인 리뷰 회의에서 이게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이 부분, 디자이너분 의견 들어봐야겠는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담당 디자이너가 그 타임스탬프에 즉시 메모를 남길 수 있다.

Fireflies에도 댓글 기능이 있지만, 회의 후에만 가능하다. 이 미묘한 차이가 팀 협업에선 크게 다가왔다.

2. 모바일 앱의 완성도

이동 중 회의가 많은 나에게 모바일 경험은 중요했다. Otter의 iOS 앱은 거의 데스크톱 수준의 기능을 제공한다. 지하철에서 어제 회의 내용을 검색하고, 특정 키워드로 점프하고, 음성으로 추가 메모를 남기는 게 모두 매끄럽다.

Fireflies 모바일 앱은... 솔직히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재생 속도 조절도 불편하고, UI가 직관적이지 않았다.

3. 가격 대비 가치

  • Otter Pro: $16.99/월 (연간 결제 시 $8.33/월)
  • Fireflies Pro: $10/월 (연간 결제)

가격은 Fireflies가 저렴하지만, Otter의 무료 플랜이 더 관대하다. 월 600분의 전사 시간을 제공해서, 소규모 팀이라면 무료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Fireflies 무료 플랜은 제한이 많아서 실전 투입이 어려웠다.

실전 워크플로우: Otter를 PM 도구로 활용하기

도구를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쓰느냐'다. 내가 정착한 워크플로우를 공유한다.

회의 전 (2분)

  1. Otter 앱에서 회의 생성 → 제목에 날짜와 회의 유형 표기 (예: "2024-01-15_제품 리뷰")
  2. 참여자를 미리 초대 (이메일 입력하면 회의 시작과 동시에 링크 전송)
  3. 커스텀 단어 추가: 우리 제품명, 자주 쓰는 기술 용어 등을 미리 등록

회의 중

  1. Otter를 Zoom/Google Meet과 연동해 자동 녹음
  2. 중요한 결정이나 액션 아이템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하이라이트
  3. 애매한 부분은 그 자리에서 타임스탬프에 "확인 필요" 태그 추가

회의 후 (15분)

  1. AI 요약을 먼저 읽고, 놓친 부분 확인
  2. 액션 아이템을 Notion에 복사 (Otter는 Notion 연동을 지원)
  3. 주요 의사결정 부분만 따로 클립으로 추출해 팀 슬랙에 공유

이 워크플로우로 회의록 작성 시간을 회의 시간의 30%에서 12%로 줄였다. 1시간 회의면 약 7분 투입으로 제대로 된 회의록이 나온다.

솔직한 한계점들

모든 게 완벽하진 않다. Otter를 6개월 쓰면서 부딪힌 문제들:

1. 한국어 전사는 여전히 부족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회의에선 정확도가 70% 이하로 떨어진다. 우리 팀처럼 영어-한국어를 섞어 쓰는 환경이 아니라면, Clova Note나 Vrew 같은 국산 도구가 더 나을 수 있다.

2. 전문 용어 학습의 한계 커스텀 단어를 추가해도, 문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용어(예: 'lead' - 리드 고객 vs 주도하다)는 여전히 실수한다. 매번 수동 수정이 필요했다.

3. 요약의 피상성 AI 요약은 편리하지만, 때로 너무 피상적이다. "우리가 논의한 세 가지 옵션 중 두 번째를 선택"이라고 요약하는데, 정작 '왜'가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맥락은 여전히 사람이 채워야 한다.

결론: AI 회의록 도구, 도입해야 할까?

답은 당신의 회의 패턴에 달렸다. 내 기준은 이렇다:

Otter를 추천하는 경우:

  • 주 8시간 이상 회의에 참여
  • 영어 또는 영어-한국어 혼용 환경
  • 팀 협업과 실시간 메모가 중요
  • 모바일에서도 자주 회의록 확인

Fireflies를 추천하는 경우:

  • 구조화된 액션 아이템 추출이 핵심
  • CRM이나 프로젝트 관리 도구와의 연동이 중요 (Fireflies가 연동 옵션이 더 많음)
  • 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함

도입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

  • 한국어 회의가 80% 이상
  • 보안이 극도로 중요한 환경 (두 도구 모두 클라우드 기반)
  • 회의가 주 4시간 미만

PM으로서 나는 더 이상 회의록 작성을 '고생스러운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Otter가 초안을 만들어주면, 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한다. 도구는 생산성을 높이라고 있는 거니까.

지금 회의록 때문에 매주 2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면, 한 달만 테스트해보길 권한다. Otter나 Fireflies 모두 무료 플랜이 있으니, 잃을 건 없다. 다만 한 가지 약속하자. AI가 만든 회의록을 무조건 신뢰하지는 말자. 도구는 보조일 뿐, 최종 판단은 여전히 우리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