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테릭스 재킷 하나에 100만원? 프리미엄 아웃도어 가격의 비밀

5 min read0 viewsBy Colemearchy
가격분석아크테릭스프리미엄브랜드아웃도어브랜드전략

명동 거리에서 마주친 불편한 진실

지난 주말, 명동을 걷다가 아크테릭스 매장 앞을 지나쳤다. 쇼윈도에 걸린 베타 LT 재킷의 가격표가 눈에 들어왔다. 129만원.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내가 쓰는 맥북 에어보다 비싼 재킷이라니.

그런데 더 웃긴 건, 매장 안이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는 거다. 20대로 보이는 남자가 직원과 진지하게 상담하고 있었고, 커플은 서로 입어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다들 가격표를 보면서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PM으로 일하면서 가격 전략을 자주 고민한다. 우리 제품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사용자는 왜 돈을 내는가. 그런데 아크테릭스는 이 게임의 끝판왕처럼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재킷 하나를 100만원 넘게 팔 수 있는 걸까?

원가를 계산해보니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제품 원가 구조에 대한 감이 있다. 아크테릭스 재킷의 실제 제조 원가를 역산해봤다.

고어텍스 프로 원단: 평방미터당 약 3만원. 재킷 하나에 2평방미터 정도 들어간다고 치면 6만원.

부자재와 지퍼: YKK 최고급 지퍼와 코드락 등 부자재 비용 약 2만원.

봉제 인건비: 캐나다나 중국 공장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3-5만원 정도로 추정.

품질 관리와 테스트: 2만원 정도.

합치면? 대충 13-15만원 선이다. 여기에 물류비와 관세를 더해도 20만원을 넘기 힘들다.

그럼 나머지 100만원은 뭐란 말인가? 이게 바로 내가 파헤치고 싶었던 질문이다.

브랜드 프리미엄의 정체

작년에 우리 팀에서 신규 기능의 가격을 책정하면서 A/B 테스트를 돌린 적이 있다. 똑같은 기능인데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만 붙였더니 전환율이 23% 올랐다. 사람들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의 시그널'에 돈을 낸다는 걸 그때 배웠다.

아크테릭스는 이 시그널을 완벽하게 설계했다.

1. 희소성 전략: 매장을 많이 내지 않는다. 서울에 단 3개뿐이다. 온라인도 공식몰만 운영하고 할인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작년 데이터를 보니 아크테릭스의 전세계 매장 수는 고작 200개 미만. 같은 가격대의 파타고니아가 1,000개가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2. 등산 안 가는 사람들의 등산복: 강남에서 아크테릭스 입은 사람 100명을 세어봤는데, 실제로 산에 갈 것 같은 차림새는 10명도 안 됐다. 나머지는 청바지에 스니커즈. 이게 바로 '기능적 가치'에서 '상징적 가치'로의 전환이다. 더 이상 등산복이 아니라 '나는 여유롭고 감각 있는 사람이다'라는 선언문인 것이다.

3. 로고의 절제미: 파타고니아는 로고를 크게 박는다. 노스페이스는 더하다. 근데 아크테릭스는 작은 시조새 로고 하나만 박는다. 이 절제가 오히려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이건 정말 영리한 선택이다. '내가 비싸다는 걸 다들 알아서 알아채길 바란다'는 자신감.

심리학적 가격 구조

가격 전략을 분석하다 보면 재밌는 패턴이 보인다. 아크테릭스의 제품 라인업을 뜯어보니:

  • 입문 제품 (아톰 LT): 35만원
  • 중급 제품 (베타 AR): 75만원
  • 프리미엄 제품 (알파 SV): 130만원

이건 전형적인 '앵커링 전략'이다. 130만원짜리를 먼저 보여주고 나면, 75만원이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베타 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했다. "가장 비싼 건 아니지만 괜찮은 제품"이라는 심리적 안전장치를 주는 거다.

PM으로 일하면서 가격 실험을 많이 해봤는데, 사람들은 절대적 가격보다 '상대적 합리화'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아크테릭스는 이걸 제품 라인업 전체로 설계해놨다.

근데 정말 품질이 좋긴 한가?

솔직히 말하면, 품질은 확실히 좋다. 작년에 호기심에 중고로 베타 LT를 50만원에 샀다. (새 거 살 돈은 없었다)

3개월 사용 후 느낀 점:

  • 봉제 마감이 미친 듯이 정교하다. 현미경으로 봐도 삐져나온 실 하나 없다.
  • 고어텍스 프로 원단은 진짜 다르다. 폭우에 3시간 있어도 안쪽이 축축하지 않았다.
  • 지퍼가 정말 고급스럽게 올라간다. 이게 사소해 보이지만 매일 쓰다 보면 체감된다.

근데 이게 100만원의 가치를 하느냐? 솔직히 모르겠다. 20만원짜리 고어텍스 재킷도 비 막고 바람 막는 건 똑같이 한다.

차이는 '경험의 밀도'에 있다. 아크테릭스를 입으면 뭔가 더 제대로 된 제품을 쓴다는 기분이 든다. 이게 실제 기능적 차이인지, 가격이 만든 심리적 착각인지는 구분이 안 간다. 아마 둘 다겠지.

경쟁사는 어떻게 대응하나

프리미엄 아웃도어 시장을 보면 재밌는 포지셔닝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파타고니아: "우리는 환경을 생각합니다" → 윤리적 소비 카드 노스페이스: "우리는 대중적입니다" → 접근성 카드
아크테릭스: "우리는 최고입니다" → 엘리트 카드

시장 데이터를 보니 아크테릭스의 연평균 성장률이 35%다. 파타고니아가 12%, 노스페이스가 8%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프리미엄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무섭다. 작년 한국 매출이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고 한다. 다들 비싸다고 욕하면서도 결국 사는 거다.

PM이 배운 가격의 교훈

아크테릭스 분석하면서 가격 전략에 대해 몇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첫째, 가격은 비용이 아니라 포지셔닝이다. 제조 원가가 15만원이든 50만원이든 중요하지 않다. 고객이 인지하는 가치가 전부다.

둘째, 절제가 프리미엄을 만든다. 할인하지 않고, 매장 많이 내지 않고, 로고 크게 박지 않는 것. 이 모든 '하지 않음'이 오히려 가치를 높인다.

셋째, 커뮤니티가 가격을 정당화한다. 아크테릭스를 입은 사람들끼리는 묘한 동질감이 있다. 이게 바이럴의 핵심이다. 광고가 아니라 '우리끼리의 선택'이라는 느낌.

그래서, 살 만한가?

이건 정말 솔직하게 답하고 싶다.

사야 하는 경우:

  • 실제로 고산 등반이나 극한 환경에서 활동한다면? 사라. 생명이 걸린 문제다.
  • 옷에서 오는 심리적 만족감이 크다면? 사라. 근데 중고로 사라. 어차피 품질 좋아서 중고도 멀쩡하다.
  • 돈이 정말 많아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면? 뭐 굳이 말릴 이유는...

사지 말아야 하는 경우:

  • 산 갈 계획 없는데 멋으로만 산다면? 20-30만원대 브랜드도 충분하다.
  • 할부로 사야 한다면? 절대 사지 마라. 가격이 부담이 되는 순간 그건 프리미엄이 아니다.
  •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재킷은 소모품이다. 투자가 아니다.

실전 구매 가이드

그래도 사고 싶다면, 똑똑하게 사자.

1. 중고 시장 활용: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에서 베타 AR을 50-60만원에 구할 수 있다. 품질이 좋아서 중고도 상태가 괜찮다.

2. 입문 라인부터: 처음이라면 아톰 LT나 베타 LT부터 시작하라. 35-70만원대로 아크테릭스 품질을 경험할 수 있다.

3. 시즌오프 노리기: 공식몰에서는 할인을 안 하지만, 해외 직구 사이트들은 시즌 말에 20-30% 할인하는 경우가 있다. 배송비 포함해도 국내 정가보다 싸다.

4. 대안 브랜드 고려: 정말 기능만 필요하다면 마무트, 라브, 피엘라벤 같은 브랜드들도 고어텍스 쓰고 품질 좋다. 가격은 절반이다.

추천 제품: 처음 아크테릭스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아크테릭스 아톰 경량 후디를 추천한다. 브랜드의 품질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가격은 이야기다

결국 아크테릭스의 비싼 가격은 제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걸 사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걸 만든 브랜드의 이야기다.

PM으로 일하면서 깨달은 건, 사람들은 제품이 아니라 '나에 대한 이야기'에 돈을 낸다는 것이다. 아크테릭스 재킷은 단순한 방수복이 아니라 "나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선언문이다.

비싸다고 욕할 수도 있고, 허세라고 비웃을 수도 있다. 근데 이 가격 전략이 먹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나? 중고로 산 베타 LT 아직 잘 입고 있다. 비싸지만 후회는 안 한다. 근데 정가로 살 배짱은 없다. 이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