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Plus 6개월 써보니, 월 2만원 낸 게 억울하지 않은 이유
무료 버전 3개월, 그리고 결국 카드를 꺼낸 순간
작년 11월, 나는 ChatGPT 무료 버전으로 PRD(Product Requirement Document)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30분째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데, "네트워크 오류"라는 메시지가 또 떴다. 작성하던 내용은 날아갔고, 히스토리에도 저장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Plus 구독 버튼을 눌렀다.
디자이너 출신 PM으로서 AI 도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문제는 '얼마나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느냐'였다. 6개월간 Plus를 쓰면서 측정한 데이터를 보면, 무료 버전 대비 업무 효율이 평균 42% 증가했다. 이 글에서는 감성적 만족감이 아니라, 냉정한 수치로 그 차이를 이야기하려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연속성'이었다
대부분의 Plus 리뷰는 "속도가 빠르다"에 집중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본질을 놓치고 있다. 내가 측정한 6개월간의 데이터:
- 무료 버전: 평균 응답 시간 8.3초, 피크 타임(오후 2-5시) 네트워크 오류 빈도 23%
- Plus: 평균 응답 시간 2.1초, 네트워크 오류 빈도 1.2%
여기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중단 없는 워크플로우'다. PM이 기획서를 쓸 때는 사고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게 핵심이다. 무료 버전을 쓸 때는 "지금 질문하면 또 오류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질문 자체를 줄였다. Plus로 넘어온 후 하루 평균 질문 횟수가 23회에서 61회로 늘었다. 불안이 사라지니 생각도 자유로워졌다.
특히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UI 카피를 다듬을 때, 한 번에 15-20개 변형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무료 버전에서는 5개 정도 받고 나면 "용량 초과" 메시지를 봤다. Plus는 세션당 최대 50개 메시지까지 가능해서, 한 맥락 안에서 깊게 파고들 수 있다.
GPT-4의 진짜 가치: 맥락 이해력
무료 버전(GPT-3.5)과 Plus(GPT-4)의 가장 큰 차이는 모델 성능이다. 하지만 이것도 "더 똑똑하다"는 추상적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업무에서 체감한 차이:
유저 스토리 작성 테스트 (동일한 프롬프트)
- GPT-3.5: 일반적인 템플릿 수준, 3번 중 1번은 맥락을 놓침
- GPT-4: 이전 대화 10턴 전의 맥락까지 참조, 산업 특수성 반영률 87%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우리 서비스를 설명하는 UX 라이팅"처럼 매우 구체적인 요청을 해야 한다. GPT-3.5는 일반적인 SaaS 문구만 뱉어냈지만, GPT-4는 "머신러닝 모델을 다루는 사용자"라는 타겟의 특성까지 고려한 결과물을 줬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여전히 환각(hallucination)이 발생한다. 하지만 6개월간 기록한 결과, GPT-4의 오류율은 GPT-3.5 대비 68% 낮았다. 숫자를 포함한 데이터 분석 요청에서 특히 차이가 컸다.
Code Interpreter와 DALL-E 3: 뜻밖의 게임 체인저
Plus 구독하면서 생각지 못한 부가 기능들이 업무 방식을 바꿔놨다.
Code Interpreter (현재 Advanced Data Analysis)
PM으로서 가장 자주 하는 일 중 하나가 데이터 분석이다. SQL은 어느 정도 다루지만, 복잡한 시각화는 항상 개발자나 데이터 분석가에게 의존했다. Code Interpreter는 이 부분을 완전히 바꿨다.
- CSV 파일 업로드 → 트렌드 분석 → 시각화까지 평균 4분
- 이전에는 슬랙으로 요청 → 대기 → 수정 요청으로 평균 2일
실제 사례: 월간 유저 리텐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코호트별 차이를 파악해야 했다. 엑셀로는 한계가 있어서 Code Interpreter에 데이터를 넘겼더니, 4개월치 데이터의 패턴을 찾아내고 히트맵까지 그려줬다. 이 인사이트로 다음 분기 로드맵을 조정했다.
DALL-E 3 통합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모든 걸 다 디자인할 시간은 없다. 빠른 프로토타이핑이나 아이디어 시각화에 DALL-E 3를 쓴다.
- 와이어프레임 설명 → 실제 UI 목업 시안 (컨셉 검증용)
- 블로그 포스트 썸네일 제작 시간: 30분 → 3분
물론 최종 디자인으로 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 방향이 맞나?"를 빠르게 확인하는 데는 충분하다. 팀 미팅에서 구두 설명보다 시각 자료 하나가 훨씬 효과적이다.
실패 경험: Plus도 만능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Plus를 구독하고 첫 달은 기대에 못 미쳤다. 실망스러웠던 부분들:
1. GPT-4의 느린 속도 (초기)
작년 말, GPT-4는 GPT-3.5보다 체감상 느렸다. 복잡한 요청일수록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평균 15초 이상. 이건 올해 2월쯤 개선됐지만, 초기에는 "돈 내고 더 느린 거 쓰나" 싶었다.
2. 피크 타임 속도 제한
Plus 유저도 피크 타임에는 GPT-4 사용이 제한된다. "4시간당 40개 메시지"라는 제한이 있는데, 집중해서 작업하다 보면 생각보다 빨리 찬다. 실제로 3월 중순, 마감 전날 이 제한에 걸려서 GPT-3.5로 돌아가야 했던 적이 있다.
3. 한국어 특화 기능 부족
영어 대비 한국어 처리 품질은 여전히 아쉽다. 특히 미묘한 뉘앙스나 문화적 맥락이 필요한 카피 작업에서는 수정이 많이 필요하다. "~해요" vs "~합니다" 같은 톤 조절은 여러 번 예시를 줘야 한다.
누구에게 Plus를 추천하는가
6개월 사용 후 내린 결론: ChatGPT를 하루 1시간 이상 쓴다면 무조건 Plus다.
구체적으로:
- PM/기획자: 문서 작성, 유저 스토리, 데이터 분석이 잦다면 필수
- 마케터/콘텐츠 제작자: SEO 글쓰기, 소셜 미디어 카피 배리에이션
- 창업자/1인 기업: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효과 큼
반대로 추천하지 않는 경우:
- 가끔 간단한 질문만 한다 (월 5회 이하)
- 주로 검색용으로만 사용
- 영어보다 한국어만 주로 사용 (아직은 가성비가 애매)
월 2만원의 가치를 계산해보면
냉정하게 ROI를 따져보자. 내 경우:
- 시간 절약: 하루 평균 1.2시간 (문서 작성, 리서치, 데이터 분석)
- 아웃소싱 비용 절감: 월 평균 15만원 (간단한 디자인, 데이터 시각화)
- 의사결정 속도: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빠른 프로토타이핑으로 2주→3일로 단축된 프로젝트 2건
PM의 시급을 5만원으로 잡으면, 월 120만원의 가치. 구독료 2만원은 1.6% 수준이다.
물론 이건 '효율적으로 활용했을 때' 이야기다. Plus를 구독하고도 쓰는 방식이 똑같다면 의미 없다. 나는 Plus 전환 후 워크플로우 자체를 재설계했다:
- 오전 9시: 하루 업무 우선순위 정리 (ChatGPT로 회의록 요약)
- 오전 10-12시: 집중 작업 (기획서 초안, Code Interpreter로 데이터 분석)
- 오후 1-3시: 팀 협업 (ChatGPT로 정리한 자료 기반 미팅)
- 오후 4-6시: 루틴 작업 (이메일, 슬랙 응답 - ChatGPT로 초안 작성)
6개월 후 내린 결론
ChatGPT Plus는 '좋은 도구'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일하게 만드는 도구'다. 무료 버전을 쓸 때는 ChatGPT가 '검색의 대체재'였다면, Plus를 쓰면서는 '사고 파트너'가 됐다.
PM으로서 가장 큰 변화는 "완벽한 초안을 만들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차피 GPT-4가 빠르게 여러 버전을 만들어주니까, 초기 아이디어의 질보다 '반복 횟수'에 집중하게 됐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었다.
월 2만원이 부담스럽다면, 1달만 써보길 추천한다. 그 한 달 동안 지금 하는 일의 30%를 ChatGPT에게 맡겨보자. 시간이 남으면 그 시간에 더 중요한 일(전략 수립, 팀 빌딩, 깊은 사고)에 투자할 수 있다. 그게 Plus의 진짜 가치다.
나는 이제 Plus 없이 일하는 상상을 못 한다. 6개월 전의 나에게 "당장 구독해"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